오늘도 봄날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병에서 벗어나지 못할 줄 몰랐습니다.

이렇게 이 병이 내 몸을 무섭도록 망가트려 놓을지 알지 못했습니다.

30년이 넘도록 이 병으로 고통받는 줄 알았다면, 첫 발병 시기 나의 치료법은 달라졌을까요?

 

지금은 '류마티스 내과'가 많을 정도로 많은 의사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처음 발병했을 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아서 '퇴행성 관절염'으로 동일하게 치료되던 시기였습니다.

 

그 무렵 TV에 출연한 김성윤 류마티스 박사가 이 병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지요. 이 방송을 보고 전국에서 예약이 쇄도해 접수하면 3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전국에 얼마나 환자가 많았다는 것인지.

 

이 방송을 보고 주위분들도 부모님께 딸을 데리고 서울에 있는 이 박사님께 가보라는 조언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가게를 하며 살아가는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나 말고도 공부시켜야 하는 자식들이 여러 명이고요. 가게문을 닫고 서울에 올라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이때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겪어야 할 일들을 미리 알았다면 만사 다 재쳐두고 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무지했습니다.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몇 시간을 걸어도 다리 아프지 않은,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어느 날부터 손가락이 퉁퉁 붓고 아침에 일어나기 못해도 곧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토록 가혹하고 무서운 병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때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치료를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치료를 받았던 게 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네 집의 딸이 아프다더라"라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여기저기에서 치료법을 가지고 왔습니다. '어디 가서 무슨 치료를 받고 누가 나았다더라"라는 숱한 이야기들. 

 

류마티스 관절염 약은 독해서 위장만 탈이 나기 때문에 한약으로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조언부터 시작해서 손만 대면 낫는다는 기치료에, 무릎에 화상을 입을 정도로의 뜸 치료까지...

 

어려운 형편에도 부모님들은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하셨습니다. 그러나 처음 겪어 보는 큰 일에 부모님도 저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기에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지만 지나고 보니 최악의 선택일 때가 많았지요.

 

 

인공관절 수술만 5번 그리고 염증 수술 2번.

손가락과 발가락은 다 오그라 들고 변형되고.

결국 30여 년이 넘는 지금의 제 몸은 장애 1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관절에 심한 후유증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30년 내내 통증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참을 수 없었겠지요. 어느 시기는 더 나빠졌다가 어느 시기는 좋아져서 약을 먹지 않아도 괜찮은, 그런 주기들의 반복이었습니다.

 

지난 3~4년은 그동안 가장 좋았던 시기였습니다. 관절의 장애로 인한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통증이 없다는 게 얼마나 살만한 지 모릅니다. 약을 끊어도 아프지 않았기에 이제 나를 괴롭히는 류머티스 관절염도 끝인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블로그에 글을 쓰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제는 병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말부터 슬슬 통증이 시작되더라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내 몸을 아프지 않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여겼는데 도무지 왜 다시 아픈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또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는 우울해지더라고요. 겁도 덜컥 나고. 

 

어린 시절 부모님 밑에 있을 때는 그저 아픈 걸 참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치료비 걱정도, 먹고 살 걱정도 없이 그저 누워서 내 병의 통증만 견디면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경제적인 활동도 해야 합니다. 아무리 아파도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니 더 우울하고 힘들었습니다.

 

방심해서 안심하는 순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라는 이 병에 저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치료에 실패했던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 치료와 노력을 통해 증상이 좋아졌어요'가 아닌 '저는 이런 치료와 선택 때문에 지금 힘듭니다'라는 이야기로 채워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이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올바른 치료를 받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