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봄날처럼

류마티스관절염과 감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의 치료약은 면역억제제입니다. 내 몸을 방어해야 할 면역이 어떤 이유로 인해서 나를 공격하는 것이 류마티스관절염이기 때문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물질에 대항해야 할 면역을 억제하다 보니, 진짜 세균이 들어왔을 때 싸울 면역이 없게 되면 감염이 발생합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는 약을 먹어야 하지만, 약을 먹으면 면역이 떨어져서 감염이 쉽게 되는 이런 악순환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의 3번이나 감염에 걸렸던 제 경험입니다.

 

첫 번째, 감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당했음 -> 결국 수술

두 번째, 미리 알고 초기 증상에 대응 -> 약으로 치료

세 번째, 알고도 막을 수 없었음 -결국 수술

 

감염으로-고름이-나오는-다리
감염이 진행중인 다리 상태

 

 첫번째 수술

 

사실 위의 사진은 첫 번째 감염 당시의 사진이 아니라 세 번째 사진입니다. 10년이 넘다 보니 당시에 찍어둔 사진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당시에는 이것보다 더 심한 상태로, 거의 동전 크기 정도였습니다.

 

저는 90년 초 무릎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거의 우리나라에 인공관절이 도입된 초창기 무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쪽 다리를 다 했는데, 오른쪽 인공관절 주변의 뼈가 녹아내리는 증상이 생기는 바람에 재치환 수술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인공관절은 재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당시 다니는 병원 말고 무릎 수술 명의를 찾아서 병원을 옮겼습니다. 물론 류마티스내과도 함께 옮겼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 염증 수치가 아직도 높기 때문에 수술 전에 수치를 내릴 수 있도록 생물학제제 사용을 권했습니다.

 

다니던 병원에서는 한 번도 저에게 생물학제제에 치료에 대한 언급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좋았습니다. 산정특례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고가의 약을 저렴하게 맞을 수도 있기도 하지만, 생물학제제에 대한 믿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였습니다. 너무 효과가 좋았기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부터 무릎이 조금 붓기 시작하더니 바늘구멍 만한 크기에서 물이 흘려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증상! "이게 뭐지?" 하는 동안 어느 날 청바지 한쪽이 젖어 있는 걸 발견하고 안 되겠다 싶어서 응급실을 갔습니다.

 

여기서 한 병원과 얽혀 있는 제 악연이 생겼습니다만, 지금은 그 이야기가 아니라 감염 문제니 생략하겠습니다. 주치의를 포함한 여러 의사들이 외국 학회에 참석해서 의사가 없으니 한 달 뒤에 오라는 말! 

 

그동안 저는 매일 동네 병원을 다니며 소독만 했는데 날마다 크기가 커져서 결국은 동전만 한 크기에서 고름까지 짜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원래 다니는 병원으로 돌아와서 원인 균의 종류를 찾기까지 또 한 달을 보내며 결국 수술을 받았습니다. 무릎 안을 샅샅이 소독으로 세척하고도 한 달 동안 입원하며 항생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기나긴 치료과정이었습니다.

 

 

 

 

 

감염초기증상-빨간반점
감염의 초기 증상은 빨간 반점

 

 두 번째 감염

 

2014년, 첫 번째의 경험으로 이제는 몸에 별 이상이 없는지 살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무릎 밑에 빨간 반점 하나가 생겼습니다. 몸에 반점이야 가끔 나타났다가도 없어지기도 하니깐 며칠을 지켜봤습니다. 계속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바로 병원에 예약해서 달려갔습니다.

 

사진을 봐도 흔하게 생기는 반점처럼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러나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라면 이런 반점 하나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됩니다. 피부의 이상으로 넘겨버릴 수도 있지만, 이미 뼈 안에는 심각하게 감염 증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이때는 복용약으로 치료를 시도했습니다. 완전히 나았다는 확신이 들어 약을 끊기까지 8개월이나 걸렸습니다. 뼈에는 혈관이 없다 보니 항생제를 먹어도 효과를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약으로 치유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세 번째 감염

 

4년 전, 이제는 지치는 세 번째 감염ㅠㅠ. 사실 '설마 또 감염은 아닐 꺼야'라고 믿고 싶어서 잠시 현실 부정을 하면서 병원 가기를 미적거렸습니다. 더 두고 볼 수 없어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이때는 의사들끼리도 서로 감염이다 아니다, 서로 의견이 달랐습니다. 주사기로 무릎에 넣어 고름이 있는지 빼보려고 계속 찔러봤지만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더라고요. 아직 무릎 안에 고름이 생기는 단계까지는 아니었든 합니다.

 

 

점점-증상이-심해지는-감염

 

그러나 이번에는 계속 항생제를 먹어도 계속 상태는 나빠졌습니다. 결국 원인을 모른 채 수술이 결정되었습니다. 무릎을 열어 보고 감염이 아니면 인공관절 재치환 수술을 하고, 균이 있으면 감염 수술로 소독을 하기로 말이죠.

 

결국 수술실에서 열어 보니 균이 검출되었습니다.(아, 진짜 내 팔자가 왜 이래가 절로 나오는ㅠㅠ) 이때도 한 달 동안 입원을 하며 매일매일 항생제 링거를 맞아야 했고 그 뒤로도 금방 상처가 아물지 않아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세 번씩이나 감염에 걸리다 보니 이미 너무 많은 항생제를 맞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을까 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세 번째 감염 무렵에는 몸이 점점 좋아져서 통증이 사라지고 있었는데, 류마티스내과 주치의는 아직 염증 수치가 높다며 약 투약을 계속 권하더라고요. 그냥 따랐던 걸 후회했습니다.

 

그 후 저는 류마티스 관절염 약을 끊어서 지금까지 복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30년 동안 이렇게 몸이 좋을 수가 없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았던 날들도 많았고 가끔 아프기도 했지만 어쨌든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요즘은 좀 걱정이 됩니다. 갱년기 증상이랑 겹쳐서 그런지 조금씩 아파져서 다시 약을 복용해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다시 약을 복용해서 아프지는 않더라도 또 감염이 발생하면 어떡하나, 라는 걱정 또한 있습니다.

 

꼭 더러운 걸 만지지 않아도, 우리 몸에는 지금도 수많은 균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내 면역이 계속 방어하면서 무찌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약은 이 면역이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통증은 사라져도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면역이 과잉되어서도 안 되고 너무 부족해도 안 되는, 그 중간쯤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