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지 이제 3개월이 지났습니다. 처음 고관절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 후부터 어떻게든 수술을 피해보려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결국 수술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시간은 결국 흐르더라고요. 인공관절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보다는 수술 전과 후의 제 경험을 정리해보자고 합니다. 이 시간에도 예전의 저처럼, 고관절 통증을 참으며 인터넷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아 헤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관절 통증의 시작
작년 봄 어느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고관절이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류마티스관절염을 오래 앓아서 몸의 여기저기 통증은 달고 살지만, 왼쪽 고관절의 통증을 처음이었습니다. 병원에 가지 않고 버텼고 3일 뒤로는 괜찮아졌지요. 그 후 몇 달에 한 번씩 가끔 통증이 나타났다가 지나갔습니다.
작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통증이 심해져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또 저번처럼 며칠 지나면 사라지겠지, 라는 바람으로 하루하루 보내다가 결국 한 달 뒤 동네 정형외과에 가서 X-레이를 찍었습니다. 약을 먹고 나았으면 하는 저의 기대와 달리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 여러 군데 인공관절 수술을 한 경험이 있었기에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파도 참고 견뎠지만 외출하기도 겁나고 짜증만 늘어나더라구요.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딪치는 소리까지 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드득 우드득' 의자에 앉을 때나 몸을 숙일 때나 뼈가 부딪치는 것 때문에 일상 생활이 힘겨웠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수술은 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해도 되고 정 힘들 때 수술 날짜 잡으러 오라고 했지만, 결국 더 못참고 더 더워지기 전에 해야겠다는 생각에 수술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수술과 회복 과정
수술 이틀 전 입원 수술 후 계속 누워만 지내다가, 4~6일 사이에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고 침대밖으로 다리 내리기 1주일이 지나면 휠체어 타보기 10일이 될 때 실밥 풀기 입원 2주일만에 퇴원 2주 뒤 외래 방문 후 X-레이 결과를 본 후 다리를 짚어보라고 함(그때까지 다리를 땅에 짚으면 안 됨)한 달 뒤 다시 외래 방문
병원마다 의사선생님마다 수술과 회복 과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 경우는 이랬습니다.
수술과 수술 통증
수술을 받는다는 게 참 두렵지요?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 의학 기술이 좋다는 걸 아시잖아요? 의료진을 믿고 따르면 수술 받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전신 마취를 하는데, 눈을 뜨면 수술이 다 끝나 있을 것입니다.
회복실에서 막 깨어났을 때 수술 부위인 고관절에 통증이 컸습니다. '아, 너무 아프다'라는 생각을 할 때 바로 간호사가 다가와 진통제를 놔주더라고요. 무통 주사를 달고 나왔기 때문에(비보험이라 무통 주사는 선택사항입니다) 회복 과정에는 그다지 통증이 크지 않았습니다. 주기적으로 진통제가 들어가는 무통 주사뿐 아니라 간호사가 놔주는 주사에 복용약까지, 진통제를 많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통증이라는 게 주관적이라 환자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같은 날 똑같은 수술을 받았던 옆 환자는 같은 주사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파하시더라고요. 아마도 오랫동안 류마티스관절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제 몸이 어지간한 통증에는 아프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저는 무통 주사의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속이 매쓰껍고 구토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래서 누워 있기도, 밥을 먹기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차라리 아픈 게 낫지 매쓰꺼움은 못참겠다고 며칠 만에 무통 주사를 빼달라고 했습니다.
가장 힘든 점?
고관절 인공관절의 수술이 가장 힘든 점은 바로 회복과정에 있습니다. 다른 인공관절과 달리 고관절은 움직이면 안되기 때문에 가만히 누워있어야 합니다. 삼각형 모양의 베개(?)를 다리 사이에 넣어서 벌린 채 내내 누워 있습니다.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서는 옆으로 누워야 하는데 이때도 베개 여러 개를 다리 사이에 넣어 벌린 채 돌아눕게 합니다. 만약 치매기가 있어서 움직이는 어르신이 있다면 비싼 보조기를 사서 채워둔다고도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중요한 과정입니다.
저는 평소에 왼쪽으로 돌아누워 웅크리고 자는, 새우잠을 자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런 습관 때문에 돌아눕지 못하고 똑바로 누워만 있어야 하는 이 며칠간이 너무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ㅠㅠ 3일 정도 지나서 수술한 다리의 반대 방향인 오른쪽으로 잠깐 돌아누울 수 있을 때 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오래있지 못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돌아누울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납니다.
간병과 간병비
다른 수술이라면 모르겠지만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은 전문 간병인에게 맞기는 게 좋습니다. 위에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누워서 꼼짝을 못합니다.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이 없는 가족이 하게 되면, 회복하는 환자도 간호하는 가족도 서로 힘듭니다. 그래서 비용이 들더라도 간병인을 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간병비는 한국 간병인과 중국 출신 간병인의 비용이 서로 다르더라고요 한국 간병인 120,000원 중국 출신 간병인 100,000원
간병인 사무소에 비용을 문의했을 때는 24시간으로 계산해서 하루 비용이라고 했습니다. 즉 오늘 오후에 입원했다가 내일 오전에 퇴원하면 시간상으로는 24시간이 되지 않으니 하루 비용이 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틀 비용을 지불합니다. 만약 1박2일처럼 짧은 기간이라면 미리 간병인과 확실하게 어떻게 비용 계산을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입원할 때는 오후 늦게 퇴원할 때는 오전 일찍 했는데 이런 날을 다 하루치 계산하려면 아깝게 느껴집니다. 병원비까지 내야 하니까요. 저는 2주간 간병을 받았는데 그동안 잘해주셨고 고생하셨기 때문에 하루 날짜씩 계산해서 드렸습니다.
병원마다 다르고(저는대학병원) 병실료나, 개인마다 받는 치료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요? 저는 수술 전 비보험인 2인실 병실에 머물렀고 보험 적용되는 2인실과 5인실에도 있었습니다. 입원 내내 호흡기 치료도 따로 받았습니다. 또 비보험인 무통 주사까지.
아, 그리고 난치성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산정특례 대상이라 본인부담금이 10%로 경감받았습니다.
퇴원 후
무릎 관절과 달리 고관절은 특별히 재활훈련이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약이 되어 기다릴 뿐이지요. 고관절은 수술 후 한 달이 지날 때까지 다리를 땅에 짚으면 안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힘듭니다. 옆에서 간병인이 모든 걸 다 해주다가 막상 집에 가려면 걱정이 앞섭니다. 혼자 계시다 넘어지면 더 큰 일이 되니까요. 만약 집에 가서도 가족 중 누군가가 24시간 옆에 있어주는 게 가능하다면 집으로 가는 것도 괜찮겠지만,대부분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세 많은 어르신들은 요양병원으로 대부분 가십니다.
옆 환자의 어르신도 요양병원으로 가셨습니다. 다리를 짚을 수 있을 때까지 2주, 그리고 짚고 나서도 스스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기까지 2주, 이렇게 한 달을 예상하고 가셨습니다.
요양병원이든 집이든, 퇴원 후 2주 정도는 하루에 화장실에 꼭 가기 위한 한 번을 빼고는 침대위에서만 생활하는 게 좋습니다. 절대 조심! 절대 안전!입니다. 즉 수술 후 한 달 정도는 일상생활에 어렵습니다.
3개월이 지난 현재 상태
큰 변화가 없는 듯해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 더 나아지더라고요. 뭔가 뻣뻣한 느낌도 부드러워지는 듯 하고, 몸도 조금씩 앞으로 더 숙여집니다. 어느 순간은 수술한 걸 잊을 정도로 내 관절처럼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2개월이 지나니 수술한 왼쪽 고관절쪽으로 잠깐 돌아누울 수 있었고 3개월이 된 요즘은 그토록 소원이었던, 몇 시간이고 돌아누워 잠을 잘 정도로 편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술 후 엉덩이 부분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게 있었습니다. 마치 찰흙을 펴서 엉덩이에 붙여 둔 것처럼 살이 겉도는 느낌이 있었는데,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나아졌습니다.
또한 심하지는 않지만 예전 신발을 신으면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 정도로, 아직 발이 부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의사선생님께 얘기하니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러니 많이 움직이다보면 없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외에는, 예전처럼 낮은 의자에 앉고 일어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요.
이제는 제법 먼 거리도 잘 걷습니다. 몇 발자국 걷는 것도 힘들 정도의 통증이 사라지니 걷는 게 두렵지 않으니 정말 살 것 같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이미 저는 오른쪽 고관절 역시 20년 전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습니다. 뽀족하게 찌르는 통증을 참아가면서 3년을 버티다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참다 보면 무릎에까지 이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이번에는 그때보다 빨리 결정을 한 이유중 하나가 어쨌든 한 번 수술하면 20년이 넘도록 아무 이상 없이 잘 사용 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예전의 저처럼 수술하기 싫어서 계속 버티고 있는 분이 있다면 너무 겁내지 말고 수술을 받아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픈 걸 참느라 외출하기도 겁나고 다른 관절까지 이상이 생기면 더 힘듭니다. 회복까지 한 달 만 견디면 정말 그토록 원하던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벗어나는 게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는지 모릅니다.
다 적지는 못했지만 혹시 더 알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문의주세요. 제가 경험한 대로만 얘기해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