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생리가 들쑥날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여러 번 하기도 하다가 또 어느 때는 몇 달씩 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에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종족 보존의 의무를 다했던 난자가 이제 서서히 물러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이러다가 또 갑자기 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1년이 넘었습니다. 의학적으로 마지막 생리 이후 1년이 지나면 폐경이라고 하네요. 시원함과 함께 상실감이 어쩔 수 없이 들었지만, 모든 여성이라면 누구나 거쳤고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세월의 흐름으로 여기고 받아 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열이 올랐다가 빠질 때가 있더라고요. '아~ 이것이 갱년기 증상이라는 걸까?' 그 외에 몇 가지 새로운 증상들. 좀 더 갱년기 증상에 대해서 알고 싶어 찾아보다가 <갱년기 직접 겪어봤어?>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한의학과를 졸업할 무렵 이현숙 한의사는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치료하게 됩니다. 증상이 점점 호전되는 것을 보며 여성이 폐경 이후 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 후 많은 갱년기 여성을 치료하던 저자는 자신 역시 49세에 갱년기를 겪으며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알게 된 정보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갱년기의 원인
매달 가장 우수한 난자 한 개가 배란이 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출산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자궁과 난소는 우리 몸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쪽으로 가던 혈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면서 자궁과 난소는 수축되고, 결국은 기능을 다한 것입니다.
요즘은 자궁이 기능을 다해 폐업한 것이 아니라 30년이 넘게 달려온 레이스를 완주한 의미로 '완경'이라고 불립니다.
양날의 검, 호르몬 치료
지금도 TV 광고를 통해 갱년기 여성에게는 석류즙이 좋다는 광고를 많이 합니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성분이 풍부한 석류를 먹는 게 좋다는 주장이지요.
그래서 갱년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많은 여성들이 석류즙을 먹거나 아니면 병원에서 여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합니다.
여기서 주의사항이 있었습니다.
물론 호르몬 치료는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주고,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안면홍조나 땀 질 건조에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유방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우리나라 여성에 많이 발생하는 자궁근종 등이 있는 경우는 여성 호르몬이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호르몬이이 한 번 복용하면 중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증상이 호전되지만 복용을 중단하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끊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 알 게 되었습니다.
우리 몸이 여성호르몬 부족에 적응하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요법을 지키며 도와줘야 합니다.
증상이 없다고 안심할 순 없다
모든 여성들이 갱년기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적으로 25%는 무증상이고 50%는 가끔 열이 나는 증상이 있습니다. 나머지 25% 정도가 극심한 갱년기를 보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아직까지 심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가끔 얼굴에 열이 올랐다가 사라지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마다 나타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폐경 후 10년이 지나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100명의 여자라면 100가지 갱년기로 불리는 것입니다. 체력이나 성격 기저질환이나 생활양식 등 40~50년 살았던 개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갱년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심하시면 안 됩니다. 폐경 전후 3년 동안 몸을 보강하는 생활을 해야만 남은 노후 생활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즉 남은 인생은 갱년기를 어떨게 관리하는지에 달렸기 때문에 더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갱년기 생활 계획표
저자는 갱년기 관리는 곧 생활 관리라고 강조합니다. 자칫 몸도 아프고 우울해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보내는 첫걸음은 규칙적인 생활 관리입니다.
아침이 되면 무조건 나가라
오전은 생기가 올라오고 하루 중 가장 활력이 넘칠 때입니다. 이 시간대에 움직여야 컨디션도 회복되고 몸도 처지지 않습니다,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거나 강습을 듣는 등 취미활동도 좋습니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어라
식습관을 바로 잡아 놓으면 평생 나의 건강한 삶의 기반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매 끼니 단백질을 챙겨 먹는다
소화력이 약한 경우 채소는 데치거나 쪄서 먹는다
간식은 되도록 적게, 건강한 것으로 섭취한다,
밀가루 음식과 떡 종류는 되도록 삼간다.
견과류는 한 스푼을 넘지 않아야 한다.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신다.
숙면을 취하자
밤 10시에서 새벽 2시까지 분비되는 호르몬은 우리 몸의 재생 작용을 돕습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화를 막아주는 '노화 방지 호르몬'으로도 불립니다.
그러니 적어도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노화 방지와 재생을 돕는 호르몬이 충분히 일할 수 있습니다.
갱년기는 내 몸에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는 호르몬이 줄어드는 동안 그에 맞춰 적용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성호르몬 없이도 잘 살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건강이 악화되고 노후가 가속화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갱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50년이 달라진다.
이렇게 갱년기가 왜 일어나는지 증상을 이해하고 나니 더 이상 두렵지만은 않아졌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인생 후반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생깁니다.
전반전을 달려오느라 고생한 내 몸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시점도 이때입니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안아주면서, 다시 남은 후반기를 잘 시작해 봐야겠습니다.